詩詩한 詩: 몽골의 솔롱고스

톨 강변에서 보내온 편지

알포 2009. 5. 10. 11:05

그대, 자이승* 기념탑에
비가 내립니다
함께 거닐던 안개 낀 톨 강변도
비에 젖어 흐르고

우리가 그랬듯
이마를 적신 나뭇가지들
강기슭에 손 담그고 물장구를 치는군요

멀리 지평선 너머 쌍무지개 섰는데
다시 온다

손가락 걸었던 그대
성큼성큼, 걸어오는

듯도 하네요

먼저
초원으로 달려가
올가*를 세울까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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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자이승 승전기념탑(Зайсан)은 몽골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1971년에 세웠으며  울란바토르시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 시내의 전경을 다 내려다볼 수 있으며. 그 아래로는 톨강이 지나고 있음.


*올가:몽골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올가'입니다. 몽골의 청춘 남녀가 풀밭에서 사랑을 나눌 때는 어떻게 할까요? 사람이 사는 곳이니 무슨 일이 안 생길까요. 하지만 몽골 초원은 눈길이 끝나는 데까지 구릉이 하나도 없죠. 지평선만으로 신기루가 생기는 땅입니다. 게다가 유목민들의 시력은 4.0에서 5.0에 이릅니다. 불타는 열정을 어케할까요?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올가’입니다.
‘올가’는 우리말의 ‘올가미’라는 뜻인데, 짐승을  길들일 때 혹은 잡을 때 쓰기 위해 막대기에 밧줄로 고리를 단 것. 청춘 남녀는 말을 타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이 올가를 땅에 꽂아 놓습니다. 올가가 꽂혀 있는 것을 멀리서 본 사람들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않죠. 수천 년을 지속해 온 유목민의 삶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약속이고 예의의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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