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포 2009. 5. 12. 10:52

가난이 스르르 내 몸을 빠져나가는 시간
누군가 밖에서 문 따는 소리는
들었다

내 어릴 적

강가에서 발가벗고 물장구치며 놀던 여름은
그 하루해가 짧았으나
눈이 하얗게 쌓이는 겨울날은
왜 그리도 길던지

새파란 놈이 방 안에만 박혀 있으면
피 마른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나를 얼음판으로 내몰았지만
얼음지치기도 지치면 어디 갈 곳이라도 많아야지

 

겨울 햇살 다 모으고, 바람 쪼그려 쉬고 있는
짚더미 속 찾아 앉으면
금세 새록새록 잠이 들었지
신발 문수 재어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야 이놈아! 쇠죽 끓여야지'

뻐꾸기 소리에 눈을 떴다
문을 따고 들어온 사람이 돌기를 세우며
얼떨떨한 나를 덤비기 시작했다
역시 가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