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시한 詩: 고생대 그리고...
주남지, 밭매는 나그네
알포
2009. 5. 9. 20:09
세웠던 옷깃을 내리고
목을 죄는 셔츠 윗단추를 열었다.
조금 전, 우포 갈대숲에서 기침하던 한파가
저수평야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남쪽 아래에 있는 남쪽, 저수지엔 손님도 많지.
망원경에 눈이 붙은 아이들
자꾸 하늘만 쳐다보고 철새를 찾네!
얼음이 녹는지 부연 하늘 같은 늪
옛날에는 이무기도 살았겠지.
거대한 저수지가 다 얼려면 얼마만 한 장력이 있었을까?
지나가는 바람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고
얼른 숨을 곳을 찾는데
먹이 찾아왔다가 지켜보던 쇠기러기 떼
더 어이없는 듯하네!
여럿, 우물만 한 숨구멍도 보이는데 무엇이 두려운지
자맥질도 못하고
시린 발 빗장 밑에 허기 채울 수두룩한 생물 두고
속들 태우시네.
젖지 못하는 부리
갈증이 깃 속 파고드는 나그네의 타향에는
손님 불러놓고 밭 매러 가라 하는지
둑길 넘어 빈들에는
철새들, 투정부리며 밭을 매고 있네!
어서 풀려라!
날아, 어서 풀려라!
부리로 밭을 매고 있네!